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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감정 사전 만들기

by 씬플 2025. 4. 25.

나만의 감정 사전 만들기
나만의 감정 사전 만들기

 

1. 감정에도 이름이 필요하다

'오늘 기분 어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리는 종종 '그냥 그래', '좀 우울해', '좋아' 같은 말로 얼버무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훨씬 더 세밀하고 복잡합니다. 단지 ‘슬픔’이나 ‘분노’라는 이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결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실망했지만 그 실망이 예상되었을 때의 감정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실망의 감정은 전혀 다르게 다가오죠.

이처럼 감정에 ‘세밀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자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됩니다. 이 과정을 감정 명명이라고도 하는데,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강도가 줄어들고, 자기 조절 능력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정해진 어휘 안에서만 감정을 정의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제안하는 방법은 ‘나만의 감정 사전’을 만드는 것입니다. 기존의 감정 단어를 뛰어넘어, 나의 경험과 언어를 기반으로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는 거죠.

 

 

2. ‘조용한 화남’과 ‘예상된 실망’ - 내 감정을 내 언어로

‘조용한 화남’이라는 감정을 떠올려볼까요? 이건 누군가 나를 무시했을 때, 격렬하게 화를 내기보다는 속으로 천천히 끓는 분노를 의미합니다. 겉으로는 말이 없고 조용해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왜 나를 이렇게 대하지?”라는 질문이 반복되는 상태죠. 격렬한 분노와는 전혀 다른 결의 감정입니다.

또 다른 예로 ‘예상된 실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건 기대를 일부러 낮췄지만, 막상 실망이 현실이 되었을 때 느끼는 특유의 공허함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이 감정은 배신이나 충격보다는 차라리 “역시 그럴 줄 알았어”라는 냉소적인 자기 위로에 가깝습니다.

이처럼 나만의 언어로 감정을 명명하는 과정은 감정을 객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감정을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그것과 거리두기를 할 수 있게 되죠. 마치 '이 감정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조용한 화남이야'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감정을 단지 내 기분으로 취급하지 않고, 하나의 상태로 객관화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일기 쓰기나 자기 성찰 노트 작성에 응용하기도 좋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 '오늘 느낀 감정 중 새로운 감정 단어는 뭐였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감정들이 말로 정리되지 못한 채 지나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3. 감정 사전을 통해 나를 더 깊이 이해하다

나만의 감정 사전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을 적는 메모 이상입니다. 이는 감정의 언어화를 통해 자기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더 나은 자기 조절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입니다. 그렇다면 이 감정 사전은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1) 감정 사전의 기본 구조

감정 사전을 만드는 첫걸음은 다음 세 가지 요소로 감정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 감정 단어: 내가 새롭게 만든 감정 이름. 예: ‘조용한 분노’, ‘마른 외로움’, ‘복잡한 안도’
  • 상황 묘사: 이 감정을 느낀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누구와 있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 신체적/정서적 반응: 이 감정을 느꼈을 때 내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예: 가슴이 답답함, 말이 줄어듦, 눈물이 맺힘 등.           

이 세 가지를 함께 정리하면 단순한 일기보다 훨씬 구조적인 감정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하루에 하나씩만 정리해도, 2~3주만 지나면 내 감정의 패턴과 취약한 순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2) 감정 사전의 활용법: 자기 성장의 지도 만들기

감정 사전이 쌓이기 시작하면, 단순한 감정 기록을 넘어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자기 성장의 지도처럼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반복 감정 분석: 자주 등장하는 감정을 체크해보세요. 예를 들어 ‘애매한 질투’가 자주 나온다면, 비교 의식이 유난히 강한 상황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감정이 흔들리는 패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 감정 유발자 파악하기: 어떤 상황이나 말, 사람이 특정 감정을 자주 유발하는지 정리해보면, 스트레스를 사전에 예측하고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감정 대처 전략 수립: 감정 사전을 통해 감정의 정체가 분명해지면, 그 감정이 올라올 때 어떤 행동을 할지 미리 계획해 둘 수 있습니다. 

3) 감정 사전이 주는 가장 큰 선물, 언어로 감정을 소화하는 힘

감정을 언어화하면, 그것을 ‘표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화’할 수 있습니다. 감정이 언어가 되지 않으면 그것은 ‘막연한 무게’로 남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구체적인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고, 반응이 아닌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훈련은 특히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청년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 시기는 자아 정체성, 인간관계, 진로 등의 큰 문제들이 감정과 얽히기 쉬운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인간관계에서도 신뢰를 얻고, 문제 해결 능력도 뛰어나며, 정신적 회복력도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무리: 감정을 언어로 정리하는 힘

자기 계발의 핵심은 ‘자기를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감정의 언어화’입니다. 감정을 구체적인 언어로 명명하는 것은 단지 감성적인 훈련이 아닙니다. 그것은 뇌를 훈련시키고, 자기 조절력을 키우며, 인간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지적인 작업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오늘부터 나만의 감정 사전을 만들어 보세요. ‘외면된 기대’, ‘소용돌이의 하루’, ‘얕은 평온’처럼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당신은 자신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 겁니다.